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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자동차 전쟁

산책부부장 2010. 2. 5. 23:15

때는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연합군 측의 양대 인간백정 중 하나인 커티스 르메이는 저고도 폭격이라는 개념을 도입 B-29의 일본 열도를 융단 폭격으로 초토화 시키던 중이었다. 이 전략은 실제로 상항한 효과를 가져왔고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불과 40년이 지난 1985년 이번에는 자동차와 소형가전이라는 폭탄으로 미대륙을 융단폭격 하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일본이었다. 이에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G5 경제선진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의 모임에서 발표된 환율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이다.

한 나라의 환율을 반토막 내기로 합의

이로써 미국은 일본의 융단폭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급속한 환율 조정을 받게 된 일본은 버블경제의 짧은 신기루를 맞이하고 그에 떄른 반대 급부로 잃어버린 10년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 2008년 사상 최초로 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떠오르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기 마련인지라 1위에서 내려온 GM은 극심한 침체 일로에 있었고 거기에 미국경제의 치명상을 입힌 서브프라임사태가 더해지면서 미국 경제는 혼란의 국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전미자동차노조의 분노

새로운 세기로 접어들면서 도요타의 그동안의 승리는 경영학계에서는 특히 선진 경영 방식과 세계화의 상징으로까지 추앙받으며 찬사를 받아왔고 그들의 영광은 꽤 오랜 기간 지속 될 것이며 적수가 없을 것으로 보여 왔다.

하지만 일가족의 비극적인 사고로 촉발된 대량 리콜 사태로 인해 제2차 자동차 전쟁으로 까지 불거지는 오늘날. 지속된 경제 위기로 피폐해진 미국 사람들의 박탈감과 반감을 해소 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 중 하나이지만 계속된 경제 위기로 많은 노동자가 해고 되면서 불만이 쌓인 상태로 '도요타가 미국 노동시장에 타격을 주려고 한다.'며 워싱턴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톰 클랜시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 사건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일전에 읽었던 한 소설이 떠올랐다. 해박한 군사지식을 바탕으로 수만은 팬을 가지고 있는 톰 클랜시(Tom Clancy)의 1994년 작 <적과 동지(원제 Debt of Honor)>이다. 일본산 자동차의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온가족이 몰살되고 이로 인해 미일간의 무역불균형 심화가 정치적 호재로 떠오르게 된다. 이에 미국 정부는 양국 통상을 일시에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지난 세월 국력을 쌓아온 일본은 은밀히 핵무장을 하고 미국에 도전해보려 하여 제2차 태평양전쟁이 발발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전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을 가지고 소설로 나왔다는 사실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그에 희생되었던 지난 과거를 가진 나라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자동차산업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술과 자본 인력의 척도이며 경쟁의 심화로 인해 종국에 이르러서는 5개 기업이내로 최종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그 경쟁은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자동차의 안전은 곧 사람의 생명과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이런 안전 결함을 가진 자동차가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음모론으로 치부하거나 자국의 악화된 여론의 돌파구 등으로 각자의 입맛에 맞게 각색되어 이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